하나의 담처럼 책이 가득 쌓여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강지원 변호사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전에는 검사로, 지금은 변호사로서 법조계에 몸담고 있지만 그는 청소년 사업이 자신의 본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역시나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제가 요즘 청소년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까닭은 바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 발견 때문입니다.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죠. 제가 어렸을 때는 제 타고난 적성과 소질을 찾으라고 이야기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있다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검사 생활 강지원 변호사는 어렸을 때는 남자가 사회적으로 출세하려면 끝에 ‘사’자가 들어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사회에서 ‘선택받은 사람’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강 변호사가 하고 싶은 일이 딱히 검사는 아니었지만 출세하고 싶은 마음에 사법고시를 선택했다. 달달 외우는 것에 자신 있었던 그는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그리고 다시 사법고시에 도전,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검사 생활은 그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저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사법고시는 보지 않을 겁니다. 저는 법률적인 소양보다 다른 부분에 더 소양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친구, 동료 가운데 검사다운 검사들이 있어요. 검사가 적성에 맞는 사람들이죠. 검사는 하나라도 의심하는 버릇이 있어야 합니다. A씨가 안경을 쓰면 주위 사람들은 ‘A씨가 눈이 나빠졌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근데 검사들은 왜 안경을 썼지? 혹시 가짜 아닌가? 하면서 계속 의심을 해야 합니다. 의심이 많아야 조사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강 변호사는 검사 일을 하면 할수록 남을 의심하고 취조하는 것이 힘들었다. A씨가 물건을 훔치다 잡혀와서는 안 훔쳤다는 말을 해도 계속 의심을 하며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안 훔쳤다고 하면 ‘안녕히 가세요’라며 끝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훔쳤다고 해도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훔쳤겠느냐 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들었다. “저도 검사가 되고 처음 몇 년은 날카롭고 무서운 검사였어요. 검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몇 년 하다 보니깐 체질에 안 맞아서 그렇게 못하겠더군요. 그러다가 비행 청소년을 담당하게 되면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선도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소년범이라고 해도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점을 깨달았다. 소년범이라도 순진하고 겁 많고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대하면서 점차 아이들과 죄를 나눠서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강 변호사는 오토바이를 훔친 열다섯 살 소년을 만났다. 오토바이를 왜 훔쳤냐, 어떻게 훔치게 됐냐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멍들고 상처 난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가 소년이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강 변호사가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지금껏 태어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듯 정성스레 들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라며 훌쩍였다. 부모님 한 분이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삼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이 소년은 지금까지 자신의 말에 누구 하나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천덕꾸러기에 문제아일 뿐이었다. 이 소년과 만난 뒤로 강 변호사는 청소년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심리학 책을 잡기 시작했다. ‘심리학 카운셀러’ ‘정신분석’ ‘정신의학’ 등을 공부하며 청소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청소년을 향한 연구와 탐구는 검사실에 앉아 깡패와 도둑들을 조사하는 것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청소년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지원 변호사는 1989년 소년범을 구금시설에 가두지 않고 사회에서 선도하는 ‘서울보호관찰소장’이 됐다. 이 일을 맡으면서 전보다 펄펄 더 신이 나서 일하기 시작했다. 소년선도업무를 전담하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심성교육프로그램과 사회봉사 명령제도를 실행했다. 사회봉사제도에 따라 억지로 봉사하던 아이들이 장애가 있어도 순수하고 밝은 장애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봉사 명령제도’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 교육부에서는 이 제도에 착안해 자원봉사제도를 모든 중고등학교에 도입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청소년보호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사회환경에 눈떠 술, 담배, 유해약물은 물론 음란성 매체 등 유해환경퇴치운동을 펼쳤다. “처음에는 사회인식이 따라주지 않아 애먹었죠. 술, 담배 팔던 것을 당연시하면서 수십 년을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금지하니깐 납득하지 않았어요. ‘너무 하는 것 아니냐’ ‘과잉조치 아니냐’며 관련업자들이 아우성이었죠. 그래서 코미디 프로인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에까지 나가서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청소년 보호에 대한 국가 사회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청소년 보호활동에 탄력을 받았죠.” 청소년의 절반인 여성 청소년 문제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매매 문제에서도 전문가가 됐다. 그는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신상공개법을 만들어 성매수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모든 고등학교를 특성화 학교로 강지원 변호사는 자신이 달달 외우는 것을 잘하는 시험 선수였기에 다른 종류의 암기 시험이 있었다면 그 역시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달달 외우는 기술을 갖고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 강 변호사는 ‘달달 외우는 기술자를 선발했기 때문에 법조계에 발전이 없다’고 단언한다. “똑같은 교재를 갖고 달달 외우는 입시전쟁보다 아이의 적성을 찾기 위한 교육전쟁이 일어나야 합니다. 아이의 적성을 일찍 찾을수록, 버리는 시간 없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그러려면 2천여 개의 모든 고등학교를 특성화 고등학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학, 경영, 생물, 사진, 재즈 등 다양한 분야의 특성화 고등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한다면 중학교 과정에서 당연히 적성 탐색 시간을 가질 것이다. 치열한 우리나라의 교육열로는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의 적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모든 고등학교가 특성화 학교가 되도록 운동할 생각입니다. 1년간 관련 학자들과 연구하고 토론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여기저기에 관련 글도 기고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호소하며 운동을 전개해갈 생각입니다. 모든 고등학교가 특성화되면 대학교 중심의 입시전쟁이 사라지므로 수능 때문에 자살하고, 성적 나쁘다고 가출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강 변호사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소질에 따라 다양한 분야를 연구, 개발한다면 우리나라는 엄청난 인재 강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개개인은 행복한 삶을 살 것이고, 개인이 행복하면 사회가 행복해지고 사회가 행복하면 국가가 행복해질 것이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창의성이 발휘되며 생산성 역시 높아질 것이다. 
적성과 소질을 살린 교육을 해야 “농업, 공업, 상업, 기술, 예술 등에는 별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차별하며 천대하는 우리 사회의 획일적인 의식구조가 비행 청소년들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다양성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미디어의 발달로 청소년들의 사고는 복잡다양해지고 상대화되고 있습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아직도 획일적인 사고를 청소년들에게 강요하고 있죠.”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획일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청소년들은 무조건 공부 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전염돼 학업성적이 나쁘면 자신은 나쁜 아이, 인생의 낙오자로 스스로를 낙인 찍어버린다. 강 변호사는 그런 면에서 무엇보다 ‘나의 길(my way)’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나의 길’을 간다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65억 인구 가운데 똑같은 길을 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또 지금까지 수많은 인류 가운데 똑같은 삶을 산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다. 이렇듯 자신의 길을 갈 수밖에 없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남을 흉내 내고 비교하며 그것으로 고통을 받는다. “청소년 사업을 하면서 제가 많이 변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학교를 골라 나왔습니다. 고시도 두 개나 패스했습니다. 사법고시는 수석도 했고요. 겉으로 보면 휘황찬란하죠. 하지만 다 허상입니다. 그걸 청소년 사업하면서 깨달았죠.” 강 변호사 역시 초임 검사 시절에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부장급 검사가 된 다음, 청소년 사업에 몰두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과연 참된 성공이 무엇인지,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왜 역대 대통령들이 교도소에 가거나 그들의 자식들이 교도소를 가는지, 그들이 과연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대통령, 장관이라 한들 교도소나 들락거리고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다면 그들이 과연 훌륭한 사람들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로 좋아하는 청소년 사업을 하며 남들이 내켜 하지 않는 데를 자원해서 골라 다녔다. 자연히 출세와는 거리가 먼 직책들이었다. 그리고 청소년에 관해 깊은 공부를 하면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다 가야 하는지, 왜 법이 있어야 하는지, 권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명색이 청소년들이 잘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지향해야 할 인간상을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도, 담배도 끊으면서 바르게 살도록 노력하게 됐다.
행복의 진정한 비결 강지원 변호사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란 시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이 시의 한 구절을 읊었다. 가지 않은 길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검사 초임 시절까지 곁길로 새는 일 없이 탄탄대로를 달려왔습니다. 늘 잘 닦인 좋은 길만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저를 맞추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됐습니다. 생각을 바꿔준 것도, 제가 다른 길을 가도록 용기를 준 것도 아이들입니다. 그 길이 저를 참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나를 새롭게 발견했고 음지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깊게 묻힌 보화를 찾아내는 것 같은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내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꿈을 접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또 뒤돌아봤을 때 내가 걸어온 이 길이 정말 아름다웠노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 강지원 변호사는 나의 범위를 넓히기 시작하자 나도 행복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며 <리더피아> 독자들도 그러한 삶에 도전해보라며 밝은 미소를 보냈다. 아무리 법률 공부 열심히 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비밀과 함께. 출처 ; 월간 리더피아 (2009.2)
|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