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앞두고 피정하러 간다~~!! 라고 환호하면 안 되는데, 왠지 소풍가는 분위기라 여튼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다.
돈암동에 위치한 "상지 피정의 집"으로 가는 길.
일요일 아침 8시 50분이면 새벽인기라~~라고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4호선 성신여대 입구역에 도착한 시각은 8시 반.
와. 그 아침 6번 출구 앞에 혼자 서 있으려니 처량함이 뚝뚝..;;
맞은 편을 보니 던킨이 있길래 뜨거운 커피 살 요량으로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는 데 우리 조 분들의 익숙한 얼굴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커피를 사고 올라오니 몇몇분 더 계셨고, 9시 다 되어서 모이게 된 사람은 J언니, MY 언니, H양, 언주, 지아언니, 나, 영제,복남 형제님들. 따로 차 가지고 오시는 용식형제님과 피정원 근처에 사는 경화 언니는 피정원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SM 양은 불참.
아리랑 고개 넘어가기 전에 내렸고,
더듬더듬 언덕길을 기어 올라 상지 피정의 집 도착했다.
Raphael 봉사자님은 커피 달라고 생떼를 쓰는 우리 조 분들을 위해 뜨거운 물 날라다 주셨고,
오호, 비싼 과자들이 많이 보여 좀 챙겨볼까..하고 흑심을 품었다가 여기저기서 손들이 뻗어나와 하나둘씩 집길래 생각만큼 많이 챙
기지는 못했다.
홍 돌로레스 수녀님과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고 피정의 집 안에 위치한 성당에서 20여 분 잠시 묵상하고 수녀님 말씀 듣고 오전 강의 시작되었다.
오전 강의는 홍 돌로레스 수녀님이셨다.
어찌나 재치있게 말씀하시는 지 말씀 말씀마다 즐거웠다.
"돌"로 "레스"를 짜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냐. 해서 "돌로레스" 뜻은 "고통"이라고 말씀하시는 수녀님.
우선 "피정"의 말뜻부텀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피정 = 소풍;;;이 아니라 피정은 "피세정관(避世靜觀)"의 약자로 세상을 피해 정조하게 세상을 관조한다..라는 뜻이라고 하셨다.
또 우리들은 "가문 있는 집안!!!(성경+성전)"을 선택한 사람들이라 하시면서 우주 통신 번호를 꼭 외우라고 하셨다.1004)734627 을 걸면 띠리릭 우주 통신과 바로 연결된다고..
그리고 아침마다 휘리릭 "제끼는" 통신을 통해 말씀을 꼭 접하라고,,,이렇게 분위기 전달 안 되고, 내용만 요약하니 ..
피정이 아니라 어디 이상한 데 다녀온 듯한;;; 우주 통신 번호라... (먼 산) 
내가 받은 "제끼는" 통신은 요한복음 12장 27절 말씀이셨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홍 돌로레스 수녀님이 받은 "제끼는" 통신은 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였다.
강의하시는 내용에 따라 창세기를 펼쳤고 우리가 평생 따라야 할 것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1. "보시니 참 좋았다" 라는 말씀을 통해 가톨릭 영성은 긍정의 마인드라는 것
2. 하느님을 중심으로 믿고(信德) 희망하고(望德) 사랑하는 것(愛德). 즉 향주3덕(向主三德)을 따라야 한다는 것.
3.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심장을 칼로 베는 忍이 필요하다는 것.
Sacrifice 정신이 필요한 데 이 희생이라는 것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 싫고 미운 사람을 위해 "장풍 기도" 한 번 날려주는 거라는 말씀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이게 다 고행이고 남과 혹은 자신과의 투쟁이라는 데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4. 결국은 "자기"의 범위를 넓혀 공동선을 이룩하는 것..
이라는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다가 점심시간이라는 말씀에 환호성!하고 후다닥 지하로 내려갔다.
점심시간 후 남은 휴식시간엔 동산을 한 바퀴 걸었고
사진도 여러 장 찍으면서 편한 시간을 보냈다.
오후 강의는 피정의 집 관장 수녀님이셨는데 경상도 사투리가 귀에 착착 달라붙는 그런 분이셨다.
두 명씩 짝을 이루어 한 명은 안대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안내를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수녀님을 바로 쫓아 나갔기에 선두에 서게 된 나와 J언니는 수녀님 앞에서 "짱.깨.뽀";;;을 하는 만행을 부렸고 언니가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바람에 안대를 썼다.
침묵 중에 상대방을 인도하는 것이었는데 길 안내를 하시는 수녀님을 따라 다닌 길은 오솔길에 계단, 좁은 비탈길 같은 수월치 않은 길이었다. 무사히 수녀님을 따라 평지에 도착했고 이번엔 안대를 서고 바꿔 쓰고 다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처음엔..
넘어질 테면 넘어지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뭐 운동화에 청바지에 위험한 것도 없는 이 길에서 넘어져봤자 크게 다치겠나..라는 생각.
그런데 아무리 그런 생각으로 용기있는 체 해 본들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를 않았다.
결국 수녀님 말씀대로 상대방을 온전히 믿기로 마음 먹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손을 잡아 주는 사람. 이 사람은 내가 넘어지게 하지는 않겠지.
빛 한 줄기 새어 들어오지 않는 컴컴함 속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밞고 몸이 움찔할 때에도 정체모를 위안과 평안함에 마음이 놓였다.
수녀님은 무사히 도착한 분들을 위해 크게 환호해주시면서,,
신앙의 길은 곧 안대를 쓴 컴컴한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보이는 길도 헤매고 잘 따라오지 못하는 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어떻게 믿겠나.
좁고 험한 길이 두렵고 불안하지만 이 길을 믿고 따라갈 믿음직한 존재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셨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서 힘차게 아코디언을 연주하시는 수녀님을 따라 노래 불렀고 오후 강의 시작 되었다.
"성사"에 관한 강의셨는데..
성사라는 것은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은총을 보이는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특히 식사 전, 후 기도 꼭 하라고 하셨다;;
연옥 영혼이 식사 후 기도로 호로록 하늘로 올라간다는 얘기
이마에 인호 새겨져서 잡신들도 다 안다는 얘기
너무 재밌어하면 안 될 거 같은 데.. 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정신이 또랑또랑해졌다.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지만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한 사람의 다큐 동영상을 봤고 스스로에게 쓰는 엽서 쓰다가 눈물 바가지로 쏟고 피정 마무리 하는 미사 드리러 성당으로 갔다.
현 스테파노 의정부 교구 신부님께서 파견 나오셔서 해설이 있는 미사 해주셨고
안수 기도는 받지 못했지만 말씀 사탕 받았고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수녀님들과 모든 피정간 분들과 함께 축복 받았고 공식 프로그램은 모두 끝이 났다.
수녀님들과 사진, 나눔 조 분들이랑 사진 즐겁게 찍고
몇몇 (MY 언니, 경화,언주 언니, HJ양)과 함께 피정의 집 뒤편에 있는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하는 작은음악회에 갔다.
호른 연주와 현악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난 시각은 오후 6시.
밖으로 나와 보니 한적하고 고적한 수녀원 마당에서 보는 깊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니 시간과 공간을 잊은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 들었다.
명동으로 9시 미사 간다는 내 생떼거리를 다 받아주면서 우리들은 훌랄라~ 치킨 집에서 닭을 해치웠다.
와우.. 맥주와 사이다 1:1 비율이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네;;
치킨 집 모임이 파하고 나서 남은 인원은 경화 언니 빼고 넷.
결국 성신여대 근처에서 헤맨 끝에 세븐 몽키즈 커피집 찾아냈고,
밤 9시 미사는 다음 주를 기약하면서 블라블라 즐겁게 놀았다. 








- 2009/10/2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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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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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도착하기 전 신부님과 봉사자님 드릴 선물을 사러 롯데에 갔다.
단체 선물로 신부님과 봉사자님 각각 보이차와 커피 외에 개인적으로 그냥 드리고 싶어 선물을 고르는 데, 먹을 거 밖엔 눈에 들어오는 게 없더라..;;;;
크리스티나 님걸로는 수제 쿠키 세트를 샀고,
도통 취향을 알 수 없는 신부님;;; 선물 땜에 머리를 쥐어 뜯다 머리카락 뽑히겠더라..
스타벅스 한과 세트 생각이 나길래 샀다..

성당 언덕길 올라가기 전 바오로딸 서점에 들러 영세성구 적을 카드와, "내 하루의 성경"이라는 책 샀다.
6시 미사 드리기 전 성당 앞 파라솔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각각 한 장씩 드릴 카드 적었다.
카드의 예쁜 앞면.
그러나 뒷면은.... ㅠㅠ

교리 수업 시작했고,
"영원한 삶"이라는 테마에 대해서 수업 들었고,
드디어 6개월여에 걸친 교리수업이 모두 끝났다.

교리수업 끝나고 인사 하시는 모습.
6개월여 강의 해 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 무사히 수업 다 들은 뿌듯함으로 기쁘고 짠한 마음이 진하게 번져온다.


안경 쓰신 분이 크리스티나 봉사자님..
성경 읽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 터졌다. 눈물이 번지고, 부르트고 벌개진 눈이 아파왔다.



잠시 시간을 내어 오신 신부님께 영세 성구 적힌 카드 뭉치와 선물 드렸다.
우와 !!!! 들어 오실 때 환호성은 잠시..정적과 침묵과 고요함만이 가득한 상황이 이어지다 조금씩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사랑하는 사람들..
10월 25일 피정과
두 번의 토요일 수업에 참여하고 나면 드디어 세례를 받는다.
각자 가진 마음이 있어 처음 내딛게 된 이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믿음의 첫 계단을 밟는다.
굴곡진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건 아니지만, 그리고 그렇게 많은 세월을 산 건 아니지만,
이 세상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 자칫 한 발자국 삐긋하면 신산한 나날에 버거워하며 절망스레 살 수도 있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이 지금이 행복하다는 기쁨.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감사함.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믿음으로 마음은 벅차오른다.
2009년 11월 나는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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