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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목요일 성시간 / 잡상


오후 3시에 동아일보 1층 미술관에서 대모님 뵈었다.
아델라이드 대모님..
역시 아델라이드 세례명으로 묶인 연유를 알 것 같았다.ㅋ

대모님과 즐거운 이야기 나누며 우연히 옆을 봤는데..
장기하가 서 있었다. 뜨악!
카메라로 찍었으나 즈질비루폰카화질;;

대모님과 헤어질 때, 대모님이 프라자 호텔 케익 손에 들려주셨다~


6시 미사..를 드리려 하다, 성물방 불빛이 너무 환하게 비추는 바람에;;; 나방이 불빛에 이끌리듯 스르르 성물방으로 들어갔다.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 라는 고 김정훈 부제님 유고집 샀다.

교육관 근처 나무 및 벤치에서 불량 소녀 포즈로 후드 뒤집어쓰고 책 읽었다.
고개 들어 물끄러미 바라 본 저녁 하늘,, 가슴 막히도록 좋더라.

날이 춥지 않아서 더욱 좋은 저녁.
뭔가 얹힌 듯 답답한 마음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그 분의 뜻이라면 세례를 앞두고 마음이 답답한 것도  내 힘으론 어쩔 수 없을 터.

7시 미사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M양과 만났다.
세례 선물로 책을 받았다. M양이 종종 이야기하곤 했던 도반 홍성남 신부님 강론집이었다.
생각해 준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고,  낼 모레 세례라는 게 믿을 수 없을 만치 가까이 확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7시 미사 드렸고,
8시 성시간 시작.
몸이 약간 안 좋아서 J 언니와 따로 떨어져 난 맨 뒷줄에 앉았다.

맨 뒷줄, 게다가 왼편 가장자리 쪽에 앉았으니 당연히 맨 앞의 제대는 보일 리 없고 LCD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경찰 삘 나는 한 분 보고, 어떤 사람이 "경찰이  왜 ?? " 라며 자기 일행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때까지 몸 안 좋은 게 그 소리 듣고 다 달아나 버렸다.
금방 투입되도 전혀 어색할 거 없는 한 분.. 을 보고 속삭이는 모양이었다.
어깨 톡톡 두드려 " 신부님이라우.." 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에 혀가 다 바짝 타들어갔다.

성시간 끝나고,
크리스티나 님과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J언니, 언주 언니,  영제 형제님, HJ양, 그리고 나..

대모님이 손에 들려주신 케익 먹으면서 오손도손 즐겁게 얘기 나눴다.
명동 일대에서 유명하신 크리스티나님과 함께 있으려니 인사 드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죽하면 할리스 직원분까지..
할리스 내방하신 똘망하신 분;;과도 인사 하셨고..

삶에서 묻어나는 얘기도 들었고,,
아낌없는 애정이 그대로 서로간에 뚝뚝 흐르는... 시간이었다.



졸업이라고 할까.
새로운 탄생이라고 할까.
깊어가는 가을 밤.
다시금 인생의 한 대목에서 잠시 멈춰서서 숨을 고른다.
왜 나는 이 길을 스스로 온 걸까.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 라는 말에 중대한 어폐가 있음을 실감한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아귀 다툼일 테고,
그런 가운데 난 즐거움과 회한과 애틋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세례를 받는다.

신앙은 가시밭길.
누군가 이끄는 대로 암담한 어둠 속에서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는 길.

갑자기 자신이 팍 없어진다.


아..저에게 힘을......

by Abby | 2009/11/06 01:34 | † Catholic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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